사이, 그 안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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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으나 가득찬 사이 사이 

당신의 눈과 귀와 마음이 있어

나는 나의 눈과 귀와 마음을 가리고

끊임없이 당신이 열라고 요구한다. 

무한한 인내와 기다림으로 

시간과 공간이 소멸되는 사이

나는 무지의 골이 깊어 

안개의 골짜기에 갇혀버렸다.

한줄기 빛에 세상을 다 알아버린 양,

한줄기 소리에 세상을 다 깨달은 양,

살을 태우는 장대비는 무섭고

살포시 적시는 가랑비에 핀 꽃잎만 바라본다.

장대비든 가랑비든 내리는 비는 

대지를 적시고 

불타는 심장을 조용히 녹인다. 

그저, 하나 둘 셋

무슨 말을 들어서도, 무슨 일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어느 날,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 때가 있다.
감정이 요동쳐서도 아니다.
그저, 이렇게 앉아 숨 쉬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눈물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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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면 그 맑은 눈물 뒤로 조용히 염원을 담아 본다.
우리가 하나 되기를.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기를.

마음 위로 내리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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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커서 들을 수 없는 소리처럼
주변도 모든 것이 꽉 차서 볼 수 가 없다
마음은 빈 곳을 찾아 방황하나
듣고도 보고도 알 수 없어

그 자리 그대로
마음을 돌리고 굴려 올려
우주의 비를 맞이한다.

피할 수 없는 빗줄기가
마음을 타고 흐른다.
축복이다.

그대여, 인생아!

마음에 봄 바람 불어오면 

사랑이 피어 간질 간질,

좋아도 하고 아파도 했더라.

바람 불어 날리면 마음이 알러지로

웃다, 화내다, 눈물도 뚝뚝 

그래도 모르겠더라.

아, 몰라 10살에도 몰랐고, 30, 50, 70살 에도 몰라, 몰라.

어리다 어리다.

언제 쨍쨍한 여름을 지나, 가을 열매를 맞보려나. 

아님, 겨울 땅에 그대로 누우려나

마음에 꽃이 피었던 적 있던가?

아쉽다.  그대여, 인생아!

깨어 있는 양심의 힘: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며

2024년 12월 3일 계엄 이후로 우리 한국 국민들의 일상은 무너졌었다. 나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몇 개월 동안 대통령 파면을 기원하며 멀리서나마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을 응원했고, 파면이 이루어지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4월 4일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금방 돌아와 주길 바랐지만, 역시나 부정의 골이 깊어서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다. 오늘 아침, 책 꽂이에서 최병대 선생의 『환역』(2017년 출간)을 꺼내 언제나처럼 손 가는 대로 페이지를 열어 읽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이 좀 흘렀지만, 지금의 시절과 이해를 위해(계엄부터 2025년 4월 현재까지) 참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에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만일 책을 구할 수 있다면, 70쪽부터 73쪽까지를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마음은 결정하는 권력을 가진 힘이기에 권력자이고 결정자이지만, 그렇다고 절대 독재자가 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 권력이 상명하복으로 전달되어도 시민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권력이 민의(民意)이고, 사람들이 어느 때까지는 잘 따라주고 속아주기도 하지만, 한계에 다다르면 반대급부를 요청한다. 그 가슴 속에 ‘깨어 있는 양심’이 힘을 얻고 그룹을 이루면, 양심이 가진 전파 능력을 통해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된다. … 이 이상의 내용은 더 얘기하고 싶지만, 저자에 대한 지적 자산의 침해가 될까, 혹은 당신이 직접 맛보아야 할 ‘아하!’의 순간을 남기기 위해 여기서 멈추어야겠다. 하지만 이 뒤에 나오는 얘기가 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음을 전한다. 몇 년이 지난 후에 벌어진 일에 맞추어 책을 읽으니, 인간에 대한 이해, 마음 씀, 우리라는 그룹이 가진 힘의 이해, 양심과 믿음, 신, 이 모든 것이 척척 맞아떨어진다. 책을 읽으며 앞이마가 환해지는 경험이다. 책에 AI에 발전에 따른 우리의 자세에 대한 언급도 그때 이미 되어 있으니, 여러 가지 궁금한 것이 많은 분들은 한 번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책 읽기에 좋은 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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